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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호도 무엇이든 사무소] 크리스마스의 손님역전재판 2020. 1. 12. 17:44
2019년 역전재판 크리스마스 합작에 참여했던 글 연성입니다.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드는 12월 말, 나루호도 무엇이든지 사무소에서는 작은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비록 얼마전까지는 사람도 없었고 조용한 침묵만이 흘렀던 사무소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곳의 기운은 따뜻했다. 분명 사람이 하나, 둘 씩 이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된 것 이겠지. 미누키와 코코네는 일주일전부터 신나서는 잡화점에서 크리스마스 다운 용품들을 마구 사와 쌓아두었다. 파티를 하자고 제안한 것도 코코네였다. 미국에 있을 때에는 빼놓을 수 없는 행사였다며 평소처럼 의욕으로 가득차서 불타올랐다. 오도로키는 '일본과는 상관없는 날 아닌가?' 하는 소리를 늘어놓으면서도 어느 장식이 더 잘 어울려요? 라는 질문에 성실하게도 대답해줬다. 나루호도는 그저 익숙하다는 듯이 마음대로 해~ 라며 바쁘게 움직이는 미누키와 코코네를 바라만 볼 뿐. 언제나 미누키에게만은 져준다. 저기에 잔뜩 쌓이 저 장식들... ... 아마도 나루호도의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산 거 겠지.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 종일 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나루호도도 이미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행동에 토 달지 않는다. 모두 사무소를 크리스마스풍으로 꾸미느라 정신없다. 사무소 여기저기에 초록빛과 빨간삧 장식들이 달린다. 요즘 잡화점에서는 간이 트리도 파는 모양이다. 엊그제 갑자기 코코네가 커다란 박스를 들고와 모두를 놀라게했다. 이제야 상자를 열어보니 하얗고 큰 상자에서는 상자보다 더 커다란 트리가 튀어나왔다.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것처럼 만들어져있어 제법 싼 티가 나는 물건이었지만, 어차피 사무소에 이 트리를 보관해 둘만한 공간은 없다. 가짜 트리에서 초록색 나뭇잎들이 떨어져 바닥이 지저분해졌다. 정리하려는 듯 코코네는 나무를 탈탈 털었다.
"저기! 키즈키씨!! 이 조각 너무 날리는 거 아냐?"
"에이! 오도로키 선배! 이 정도는 정리를 해줘야 깔끔해진다구요!!"
코코네는 아랑곳 않고 나무를 마저 털어내었다. 음, 제법 깔끔해진 모양새가 볼 만 했다. 누가 하란 것도 아니었지만 오도로키는 한숨을 쉬며 자연스럽게 구석에서 빗자루를 가져와 코코네가 털어낸 조각들을 치워냈다. 미누키는 신나 장식들이 가득 든 상자를 가지고 다다다 달려왔다. 상자를 뒤적거려 노랗고 예쁜 별 모양 장식을 찾아내어 트리의 가장 윗 부분에 끼워 달았다. 초록색 나무에 노란 별이 하나 달렸을 뿐인데 크리스마스 기분은 한껏 났다. 그 모양에 의욕이 불타는 코코네는 미누키가 들고온 상자를 열어 장식들을 하나씩 달기 시작했다. 여기? 아님 저기에 달까? 여기에는 이 장식보다는 저 장식이 나을까? 언제나 수다스럽고 기운넘치는 코코네였지만 오늘만큼은 정말로 더 없을만큼 신나보였다. 장식을 가득 달고 눈처럼 보이도록 솜을 떼어서 군데 군데 올려두었다. 정말 손색없을 정도로 완벽한 트리가 나루호도 무엇이든지 사무소 한가운데에 놓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당일, 사무소 사람들은 점심을 먹고 오후 즈음 사무소에 출근해 파티를 하기로 했다. 모이기로 약속 한 시간은 한 시인데 왜 인지 코코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늦으면 보통 늦는다고 연락을 하거나 지각을 할 사람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아직 연락도 받지 않고 나타나지도 않는다. 한 시가 지나고 이상하다싶은 말을 미누키와 오도로키는 나누면서 그저 문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십 분 정도 더 지났을까 우당탕탕 소리가 들려왔다. 사무소에 있는 사람들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코코네다 -! 그런데 이상했다. 왠지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하나 더 들리는 것 같았다. 두 사람? 코코네는 누구와 함께 오고 있는 걸까?
"으앗~!! 늦어서 죄송해요!!"
평소와 같이 코코네는 문을 벌컥 열고 사무소 안으로 들어왔다. 일부러 산 건지 처음보는 빨간 목도리까지 하고 말이다. 그런 코코네의 뒤에서 마저 발걸음 소리가 저벅 저벅 걸어오는 것이 들렸다.
"누굴 만나서 같이 오느라고 좀 늦었어요!! 진짜! 죄송해요!!"
문 밖에서 빼꼼 하고 누군가 얼굴을 보였다. 보라색이 진한 와인색 코트를 입은 가류 검사 였다.
"가류 검사님입니다~!!! 스페셜 게스트! 로 너무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요?"
파티에 사람이 늘은 것이 만족스러운지 코코네는 신난 얼굴로 방방 뛰었다. 코코네가 목도리를 벗고 코트를 걸어두며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있을 때 가류 검사는 슬쩍 사무소 안으로 들어왔다. 코코네 만큼 신나서 미누키는 가류 검사를 환영했다. 나루호도는 의외의 등장에 조금 놀란 듯 해보였지만 이내 그저 웃어보이고는 의자에 앉아 빙글 옆으로 돌아보였다. 여- 가류 검사 오랜만이야? 라며 능청스럽게 말을 걸면서.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오랜만입니다~"
가류 검사 역시 부드럽게 웃으면서 미누키에게 말을 건네고 나루호도의 말을 받았다. 가류 검사의 손에는 종이가방이 몇 개씩이나 들려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갈색빛 종이 가방 부터 시작해서 검정색의 고급스러워보이는 기다란 종이가방까지. 한 가방에서는 왠지 비죽 튀어나와있는 털뭉치가 보이는 것 같았다.
"검사님 오랜만이예요! 들고오신 가방은 뭔가요? 짐 보관해드릴까요?"
"아아, 이거? 별 건 아닌데... 사실 이것들 때문에 변호사 아가씨랑 같이 오는게 좀 늦었어. 자, 마술사 아가씨를 위한 선물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가류 검사는 종이 가방 하나에서 까만 중절모를 쓴 하얀 곰인형을 꺼내 미누키에게 내밀었다. 그걸 본 미누키의 얼굴이 화악 밝아지고 인형을 받아들고서는 기쁜 듯 웃으며 고맙다며 신나했다. 하얀 곰인형을 꼬옥 안은 미누키는 인형과 잘 어울렸다. 인형이 쓰고 있는 실크로 된 검정 모자도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듯 인형을 안아올렸다. 좋아하는 미누키를 보고 만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가류 검사는 오도로키의 앞에 섰다.
"뭐,뭔가요."
"이야- 약속 시간이 1시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급하게 준비했는데 말이야, 그래도 늦어서 미안해?"
"저,저한테 미안하실 것 없습니다. 미누키가 많이 기다렸지 전 별로 기다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오데코군 한테도 선물이 있는데 말이야?"
"뭡니까. 별로 안주셔도 되고... 저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걸 받을 나이는 아닌데 말이죠."
"그런 재미없는 소리 하지말고~ 그냥 고맙다고 하고 받으면 되는거야~"
어느 때 처럼 똑같이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가류 검사는 다른 종이가방에서 갈색 토끼 인형을 꺼냈다. 귀가 빳빳이 서있는 갈색 토끼인형은 왠지 모르게 오도로키를 닮은 것 같았다. 가류는 오도로키에게 인형을 내밀었지만 왠지 받지 않고 그냥 인형을 뚫어져라 가는 눈으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왜? 마음에 안 들어?"
"아니... 인형이라니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제가 성인이라는 자각이 있습니까? 가류 검사는?"
"남이 일부러 사다준 건데 너무 그러지말고~ 자!"
아니 저기요 하고 부르는 오도로키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가류는 오도로키의 품에 인형을 푹 안겨주고는 장난스레 도망치듯이 자리를 떠났다. 품에 안겨진 인형을 당황해 그냥 받아버리고 오도로키는 항의하기 위해 따라가려했지만 별 소용이 있을까 싶어 포기해버렸다. 자리를 떠난 가류는 나루호도의 앞으로 걸음을 옮겨서 그의 앞에 섰다. 나루호도가 앉아있는 책상에 가류는 검정색의 기다란 종이가방을 올려두었다. 나루호도는 오? 하는 소리를 내면서 종이가방에 써 있는 글자를 천천히 뜯어보았다.
"와인입니다.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으니까 사왔어요. 무슨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몰라서 알고있는 괜찮은 브랜드로 준비했는데 어떠십니까?"
"이야~ 가류 검사 와인 보는 눈이 좀 있는데?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이거 제법... 괜찮은 건데."
왠지 나루호도까지 가류 검사에게 넘어가버린 것 같다. 오도로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사무소 소파에 털썩 앉았다. 쓸데없이 푹신푹신하고 좋은 원단으로 만들어진 토끼 인형을 손에 든 채로.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니 산타모자를 쓴 코코네가 눈에 들어왔다.
"코코네씨는 가류 검사한테 뭔가 받았어?"
"물론이죠!"
코코네는 오도로키에게 씨익 웃어보이면서 가방에서 주섬주섬 노란 털을 한 양 인형을 들어보였다. 오도로키는 중얼 코코네씨랑 닮았네. 하고 말해보았다. 그리곤 인형으로 시선을 돌려 나도 이거랑 닮았단 말이야? 하고 불평의 소리를 궁시렁 거렸다. 죄 없는 토끼 인형을 괴롭히고 있자 갑자기 뒤에서 코코네가 달려들어 오도로키에게 쓱 사슴 머리띠를 씌웠다.
"엥?! 어째서 사슴 머리띠야? 나도, 나도 산타모자라던가 같은 걸 하는 거 아니었어?"
"에~ 모두 같은 걸 하면 재미없잖아요? 그리고 선배의 그 뿔 같은 새싹은 사슴이랑 잘 어울리니까요~ 갈색에 빨간 옷이고!"
"아니 그치만 미누키도 코코네씨도 산타모자인데 나만?"
"그럼 가류 검사님한테도 사슴을 부탁드리죠, 뭐."
오도로키는 고개를 휙 돌려 나루호도가 있는 곳을 보았다. 분명 아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새 산타모자를 쓰고 있었다. 파란 정장과 빨간모자가 정말로 어울리지 않아서 촌스러워 보이기 까지 하는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루호도는 웃으면서 그래~ 오도로키군이 사슴해~ 라며 즐거운 듯 웃고있었다. 사슴이 싫은 건 아니지만 오히려 빨간 옷에 빨간모자를 쓰면 자신도 웃겨보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왠지 분해하고 있었다.
"그럼, 속 좁은 선배를 위해서 같이 사슴 해주시지 않을래요, 가류 검사님?"
"음, 난감하네~ 귀여운 변호사 아가씨의 부탁이라면 들어 줄 수 밖에 없잖아?"
그 말에 코코네는 활짝 웃으면서 가류 검사에게 사슴 머리띠를 씌워주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손을 모으고 포옥 웃으면서 코코네는 웃었다. 마음에 안든다는 얼굴로 오도로키가 가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지만 모두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그 분위기 속에서 나루호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처럼 가류 검사가 와인을 가져다줬으니 건배, 할까?"
"와~ 좋아요, 좋아요! 미누키랑 저는 주스로 대신할게요!"
나루호도와 코코네는 잔과 주스를 가지고 돌아와서는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다. 오도로키와 가류에게는 나루호도가 와인을 한 잔씩 건네주고 미누키와 코코네는 포도주스를 서로에게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다 같이 트리 옆에 모여서는 손에 잔을 높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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