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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도치히] HAPPY HALLOWEEN
    역전재판 2019. 10. 30. 20:47

    * 아래의 소설은 역전재판3 이후를 시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역전재판3 결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시고 아직 플레이를 마치지 않으셨다면 플레이 이후 읽어주시면 더 즐겁게 즐기실 수 있으십니다. 

     

     * 고도 검사의 범죄에 대해서 감옥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설정을 배경으로 합니다. 다소 원작붕괴가 있을 수 있지만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 

     

     

     

     

     "해피 할로윈!!!"

     

     마루호도네 사무소에서 일하는 여자애가 갑자기 퇴근하는 나의 앞에 튀어나와 뜬금없는 소리를 질렀다.

     

     " ... 뭔가."

     

     이 아이는, 내가 죽어서도 지키고자 했던 여자의 하나뿐인 동생이다. 새삼 챙겨줄 마음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외면할 마음도 없다. 정말 웃는 얼굴은 치히로와 하나도 닮지 않았다. 이런 천진난만한 얼굴은 짓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아이에게 그녀를 비추어져 볼 일은 없다. 절대로, 말이지.

     

     "엥~ 고도 검사님이 퇴근할 때 왁! 놀래켜주려고 한참 기다렸는데... 재미없어요! 좀 더 왁~! 하고 놀라는 그런 나루호도군 처럼 바보 같은 얼굴을 기대했는데!"

     "큭, 무슨 얼굴인지 눈에 선명하군. 그런 얼빠진 얼굴을 나한테서 보고 싶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꼬마 아가씨."

     "음, 그런 건 됐구~ 고도 검사님! 지금부터 시간 있으세요?"

     "시간? 있지만 꼬마 아가씨와 놀아줄 만큼은 없다. 난 이제부터 멋진 카페에 가서 씁쓸하고 달달한 커피를 마실 생각이라서."

     "에~! 왜요오- 그럼, 그럼 저도 같이 갈래요! 멋진 카페! 나루호도군은 그런 멋진 카페는 안 가니까, 자주 못 가봤다고요! 응? 믹스커피도 괜찮지 않아? 같은 소리나 한다구요!"

     "역시, 마루호도. ...그래, 뭐 멋진 커피나 한 잔 같이하고 싶은 거라면 잠깐은 어울려주지."

     "우왓! 정말이죠? 신난다~! 어디? 어느 쪽으로 가나요?"

     

     예정에 있던 대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시내 근처에 있는 조용하고 커피 내음이 마음에 드는 그곳으로. 선명한 가을바람이 살랑 머리칼을 흔들었다. 그렇게 말이 많은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정도는 괜찮겠지. 떨어져 쌓여있는 낙엽들이 구두에 밟혔다. 부서지며 바슥 거리는 소리는 좀 더 지나면 들을 수 없겠지. 약간은 찬 바람에 걸친 겉 옷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있죠, 고도 검사님! 오늘 무슨 날인지 알고 있어요?"

     "... 아까 그 시끄러운 할로윈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응!! 맞아요! 10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할로윈!! 이래요! 죽은 자가 돌아오고 정령이나 마녀가 돌아다니는 날이라고~ 하죠? 귀신으로 분장하고 트릭 오어 트릿! 하고 사람들을 찾아가서 즐기는 날이죠!"

     "그래,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그런 놀이라면 마루호도가 더 잘 놀아줄 텐데? 난 그런 것에 딱히 흥미는 없어."

     "흐응~ 대충 그런 반응, 생각하긴 했지만요~ ... 오늘은, 그러니까 '죽은 자'가 돌아오는 날이잖아요. 언니가, 돌아올지도 모르니까요."

     

     활짝 웃는 네 얼굴은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를 수 없게 했다. 그런 말 믿지 않는다.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아. 영원히 말이지. 괴로울 텐데 웃는 얼굴이라니. 너도 슬픔을 숨기는 일에 익숙해져버렸나 보다. 슬픔에 잠겨서 사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을 수 도 있겠지. 그렇지만 내가 찢어질 것 같으니 너무 환하게 웃지는 말아줘라.

     

     "그. 러. 니. 까! 만약에요, 언니가 돌아온다면 나랑 고도 검사님 누구한테 먼저 가야 할지 무지 고민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같이 있으면 언니가 그냥 우리 둘을 보러 오면 되니까요. 어때, 어때요? 엄청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요?!"  

     "큭, 그 말은 틀렸어. 아기 고양이는 너를 보러 갈 거다. 그녀가 나를 만날 이유는 없어. 만나고 싶지 않을 거다." 

     "에~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언니는 분명히 검사님도 만나고 싶어 할 거예요. 나는 언니의 동생이니까! 다 알 수 있어요!"

     

     네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계속 걸었다. 조금 더 걸어 원래 목적에 있던 카페에 도착하고 문을 열었다. 향긋한 커피 냄새가 코를 울렸다. 응, 이곳은 좋은 곳이다. 사람의 발이 가능한 적게 닿을 구석진 곳의 자리에 향했다. 풀썩 그 아이가 반대편 자리에 앉고 적당히 겉옷을 벗어 의자에 앉았다. 낯선 기분, 낯선 상황은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외로운 날이라면 용서해줄 수도 있지만. 

     

     "우와~ 여기 멋진데요? 앗! 메뉴판! 으음~ 뭘로 할까? 고도 검사님은 뭘로 하실 거예요?"

     "여긴 본래 커피 향이 일품이지. 아메리카노로."

     "음~ 뭔가... 특별한 거 없을까? 어디 보자... 어! 할로윈 한정 메뉴가 있네요! 할로윈 한정... 호박 라떼...? 호박라떼가 뭐지? 호박 우유? 호박 우유... 맛있을까...? 음..... 움... 음! 왠지 재밌을 거 같으니까 저는 이 호박라떼로 할게요! 고도 검사님이 사주시는 거죠? 후후후."

     "멋대로 따라왔으면서... 사달라고 하다니.... 이번만 특별히다. 꼬마 아가씨. 다음은 없어."

     "와~ 그럼, 그럼요~ 신난다!"

     

     점원을 불러 메뉴의 주문을 마치고 괜히 조용한 분위기가 되었다. 유리 창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깥을 바라보았다. 색색깔의 등이 켜지고 있다. 늦가을은 해가 빨리 진다. 그래, 네 말대로 오늘 죽은 자가 돌아오는 날이라면 해가 빨리 져서 다행이다. 그 사람들은 해가 잠들어야만 깨어날 테니까. 이미 밤이라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어둑어둑하다. 네가, 날 만나러 올 일은 없을 테지. 나의 모습 따위 보고 싶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니까. 슬픔 같은 감정은 내가 느끼기에 사치스럽다. 지키지도 못한 주제에 그런 말은 당신에게 할 수 없다.

     

     "실례하겠습니다."

     

     창 밖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걸어오는 목소리에 속으로는 조금 놀랐지만 태연한 척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쳤다. 점원이 조금 전 주문한 메뉴를 탁자 위에 올려주었다.

     

     "이쪽이 아메리카노에 이쪽은 할로윈 한정 스페셜 메뉴인 호박 라떼입니다. 부디 좋은 시간 되세요."

     

     당연하다는 듯이 내 앞에는 하얀 머그잔에 가득 든 아메리카노가 놓여있고, 반대쪽에는 우습게도 호박모양으로 생긴 컵에 주황빛이 도는 우유 같은 것이 담겨있었다. 

     

     "큭.... 꼬마 아가씨에게 딱 어울리는 메뉴군."

     "에엥? 고도 검사님... 그게 무슨 의미죠!"

     "그렇다는 의미지."

     

     너 같은 꼬마 아가씨는 아직 쓰디쓴 커피의 맛을 알아서 좋을 것이 없다. 그런 달짝지근한 메뉴가 훨씬 어울리지. 머그잔을 손으로 감싸자 익숙한 따뜻함이 손에 전해졌다. 언제나 느끼는 감각이지만 새삼스럽다. 단 맛이라곤 없는 씁쓸한 커피는 이렇게도 따뜻하다. 컵을 입가로 가져가 천천히 냄새를 맡았다. 이 카페의 커피 향기는 꽤 선호하는 편에 속한다. 코로 느껴지는 풍미가 진정되게 해주는 것 같아서, 뭐 좋아한다. 조금은 수다스러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넌 조용하다. 그냥 웃기게 생긴 컵에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면서 빤히 바라만 보고 있다. 

     

     "마셔보지 그래. 그 웃긴 음료."

     "으음- 먹긴 할 건데요..."

     "뭐가 문제지? 향은 별로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주 큰 문제가 있다고요!"

     "뭐지?"

     "이 컵... 들고 마시면 웃길 것 같지 않아요?! 앞에서 보면 엄청!! 이상할 것 같은데!!! 마시는 거 보고 검사님이 웃으면 어떡하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큭. 만약에 그렇다면... 마음껏 웃어주지."

     "역시!! 웃을 거죠!! 아아~ 고도 검사님은 나빠요!!"

     

     풀썩, 컵을 옆으로 하고 책상을 얼굴에 붙인 채 네가 나를 쳐다보았다. 조금 앓는 소리를 하며 고민하는 얼굴을 하다가 내 시선을 피해서 눈을 데굴 굴렸다. 네 눈짓은 딱 봐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건지 내게 말을 걸기 어려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말을 못 하고 있다. 보통 알아차렸다고 하더라도 굳이 말을 건네지는 않지만 너한테 정도는 예외를 주어도 괜찮겠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헉! 어떻게 알았어요?"

     " ... 얼굴에 다 드러나면서 어떻게 알기는 어떻게 알았겠나. 할 말이나 해보지 그래."

     

     넌 한참을 망설이다가 책상을 손가락으로 드륵드륵 긁으면서 입을 살짝 열었다.

     

     "검사님은... 언니를 만나고 싶어요?"

     "... 고작 그런 말을 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온 건가?"

     "우 ~ 뭐 그런데요... 네? 어때요?"

     "아기 고양이는 날 만나고 싶지 않을..."

     "아니아니!! 검사님이 생각하는 언니의 의견 말고요!! 검사님이! 생각하는 의견!"

     " ...... "

     

     내 의견. 내 의견이라. 그녀에 대해서 내가 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가? 내가 그럴 수 있는 체면이라도 있는가? 정답은 없다. 그녀는 당연히 원하지 않을 거고, 그럼 당연히 나의 의사도 원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다른 소중한 사람을 챙겨야지. 이를 테면 눈 앞에 있는 너.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자꾸 희망으로 고문하니까. 계속해서 내가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여지를 주는 것 같아서 심장이 찢어질 것 같다. 언젠가 완전히 떠날 것에 대비해야 하는데 얼굴을 보면, 너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만나고 싶지 않다."

     "에, 에?? 정말요? 언니 만나고 싶지 않아요??"

     "만나고 싶지 않다. 고 말했다."

     "어? 어어...?? 아아...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안되는데.....~ 거, 검사님이랑 언니를 만나게 해 주려고 준비해서 왔단 말이에요..."

     "... 그래, 그렇겠지. 만나지 않아도 된다.... 일찍 돌아가서 쉬기나 해라, 꼬마 아가씨. 달빛이 사그라들기 전에."

     "으, 으음... "

     

     미안하지만 더 이상 그녀와 만나지 않을 거다. 그녀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그것이니까. 나 같은 인간은 잊어간 채 편히 잠드는 것. 너와 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마음에 눌러 새겨야만 터질 것 같은 마음을 누를 수 있을 테니까. 너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방안이다. 마지막 작별인사도 필요 없다. 작별인사의 기회 따위는 내가 오래전에 놓쳐버렸으니까 다시 나에게 기회를 줄 수는 없다. 기회를 받을 만큼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없고 그 최후가 나에게 더 어울린다. 

     

     "그렇지만.. 언니는... "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된다. 꼬마 아가씨. 애써줘서 고맙다. 그렇지만 이제 됐어."

     

     온기가 가까스로 다 날아가지는 않은 커피를 손에 쥐고 마셨다. 풍미가 좋고, 쓰다. 쓴 향기에 표정이 일그러질 것 같았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이 정도 쓴 것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고개를 들었다. 울 것 같은 얼굴로 손에 호박모양 컵을 들고 있는 네가 보인다. 긴장해서 그런 것인지 말을 고르다가 틈이 도저히 나지 않았던 것인지 네 손에 들린 컵은 여전히 가득 찬 그대로였다. 그에 반해 내 잔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거, 마시지 그래."

     "에? 아, 네에... 검사님이 모처럼 사주신 건데. 그럼요."

     

     다 식어빠져 미적지근해졌을 라떼를 마셨다. 벌컥벌컥 속이라도 타는지 한 번 들어 올린 잔은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네가 이렇게 한 번에 다 마실 수 있도록 알맞게 식었다는 의미겠지. 너에겐 역시 그게 어울린다. 애매하게 한 모금도 채 남지 않은 커피에 얼굴을 비춰보고는 전부 마셔 없애버렸다. 그래, 나에게는 이게 어울리고. 

     

     "맛이 어떤가?"

     "이거요? 음... 맛있.. 네요. 달짝지근하기도 하고.. 왠지.. 부드러운 호박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좀 더 따뜻할 때 먹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지금도 나쁘진 않지만요."

     "그런가? 그럼 아기 고양이에게 그렇게 전해줘. 마지막으로 말이지."

     "네??"

     "내가 할 말은 그거면 충분해."

     "역시... 고도 검사님은 뭔가 어려운 말을 하시네요. 검사님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하신다면... 알겠어요."

     

     

     시간이 많이 늦은 건 아니었지만 날이 어두워서 전철역까지 배웅해주었다. 혼자 걷는 가을밤의 거리는 가로등의 색으로 빛난다. 검정과 노랑은 제법 어울려서 거리에 녹아드는 것이 별로 어렵지는 않다. 그렇지만 까만 세상에 내 눈 만이 붉은색이라서 환영받지 못한다. 고독한 것조차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모양이지. 여기에 내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내 눈은 아무도 보지 못한다. 죽은 자가 돌아오는 날은 산 자에게 필요 없다. 어차피 후회뿐인 것을 되돌려서 다시 만나는 것에 의미를 두면 더 괴로워질 뿐이야. 

     

     "해피 할로윈... 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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